포스테키안
2023 178호 / 크리에이티브 포스테키안
시스템 쇼크
안녕하세요. 포스테키안 독자 여러분. 저는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16학번 양준하입니다. 저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다년간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제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블록체인이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코인’은 투자상품으로써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코인은 거래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의 일종이고, 이를 담아내고 있는 큰 시스템은 블록체인이라고 부릅니다. 블록체인이란,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탈중앙화된 무신뢰적 분산 시스템입니다. 어려운 단어가 3개나 나왔는데요, ‘탈중앙화’되어 있다는 것은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권한을 가진 주체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프로세스에 모두가 개방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신뢰적’이라는 것은 각 노드(참여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암호학적인 방법으로 증명 가능한 의사소통만 한다는 뜻입니다. ‘분산 시스템’이라는 것은 수많은 노드(컴퓨터 혹은 서버)들이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지만, 그들끼리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뜻입니다.블록체인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인데요,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블록체인에 업로드하여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업로드된 컨트랙트들은 상태를 가지며, 정해진 로직에 따라 여러 사용자에 의해 액션을 수행합니다. 블록체인은 태생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일관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에 능하기 때문에,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대단히 이해관계가 중요한,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들을 안전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DAO
스마트 컨트랙트 애플리케이션의 대표 예시 중 하나는 탈중앙화 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DAO)’입니다. 조직이라는 것은 여러 명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주식회사, 재단, 학교, 정당, 심지어 국가까지 다 조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들에게 의사결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하는데, 조직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지분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투표할 수 있고, 선임된 이사들이 이사회를 가지기도 하는 식입니다.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초국가적인 안전한 플랫폼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담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관’이라는 것도 사실 프로그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다양한 조직이 국가 대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담보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DAO라고 부르며, 2023년 현재 수많은 조직들이 DAO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Why DAO?
현실 세계에서 조직을 만들 수 있는데 왜 블록체인을 이용한 DAO를 만들어야 할까요? 크게 네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➊ 정부를 신뢰하기 힘든 독재 국가, 내전 국가, 빈곤국 등의 극단적 환경에서도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
➋ 관할 정부를 설정하기 어려운 다국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➌ 휴먼 에러가 없고, 즉시 집행이 일어나며 그 변화가 바로 확정되기 때문에 고도로 효율적이고 정확한 조직 집행이 가능합니다.
➍ 조직의 개설이 매우 쉽고, 거버넌스 설계가 매우 자유롭습니다.
블록체인 엔지니어로서의 삶
제가 블록체인을 처음 접한 것은 2019년 말이었습니다. 당시 CodeChain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포스텍 동문기업 ‘코드박스’에서 일하게 되어, 2021년 초까지 오픈소스 블록체인 엔진을 개발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 이후 암호화폐 트레이딩 기업인 ‘하이퍼리즘에’서 팀장으로 2022년 초까지 재직하였고, 기술을 넘어서 경제, 사회적인 면으로도 블록체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PDAO
그 이후 복학하면서 학교에 1년을 머물게 되었는데, 졸업하기 전에 제 지식으로 학교에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PDAO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PDAO(dao.postech.ac.kr)은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비영리 오픈소스 재단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DAO로서, 거버넌스 투표권을 가진 포스텍 동문들이 완전히 무신뢰적 방법으로 탈중앙화된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 활동으로 DAO 프레임워크인 Simperby(simperby.net)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DAO라는 개념은 실험에 가깝고, PDAO가 국내를 거점으로 한 비영리 DAO의 유일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PDAO는 단순히 포스텍 단체를 넘어 DAO의 방향과 기술적 가치를 끌어나갈 사명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제가 책임지고 Simperby 프로젝트를 활발히 개발하여 DAO를 직접 구현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재 저는 Simperby 프로젝트를 풀타임으로 개발 중입니다. 비영리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돈을 벌거나 투자를 받지는 않지만, 범용 프레임워크로서 큰 유저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더 많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 외에도 PDAO의 파운더로써 PDAO의 진정한 DAO화와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알고 싶나요?
블록체인에 대해 더 궁금한 포스테키안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다음을 추천해 드립니다.
• PDAO 커뮤니티 : PDAO가 운영하는 Discord 서버에 가입하시면 자유롭게 블록체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 PDAO 유튜브 : PDAO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입문 트랙 재생목록 따로 있는데, 블록체인의 핵심 원리와 응용을 잘 설명하니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 개인적 연락 : 제 홈페이지(junha1.github.io)에 있는 연락처로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블록체인이나 포스텍에 관련된 것들은 다 친절히 알려드릴 수 있으니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물어봐 주세요!
시스템 쇼크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극 초창기를 보내고 있으며, 무궁무진한 응용에 비해 아주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과 산업이 성숙해지면 우리 사회의 큰 축이 될 거대한 시스템이 블록체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새로운 시스템이 가져올 ‘쇼크’를 대비하고, 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도래했을 때는 그 중심에 서기 위해, 우리가 모두 수준 높은 통찰력과 먼저 앞서는 행동력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 저의 마지막 당부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컴퓨터공학과 16학번 양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