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3 178호 / HELLO NOBEL
<2022 노벨 경제학상>
뱅크런의 발생 원인과 그 파급효과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
지난 2022년 노벨 경제학상은 University of Chicago에 재직 중인 Douglas Diamond 교수와 Washington State University at St. Louis에 재직 중인 Philip Dybvig 교수, 그리고 Ben Bernanke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The Chairman of the Federal Reserve)이 수상하였습니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급격한 붕괴 등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논리적으로 규명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Douglas Diamond와 Philip Dybvig는 뱅크런(Bank Runs)이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하였습니다. 뱅크런은 자기 외에 다른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결정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 대한 개별 예금자의 예측이 달라질 경우 촉발될 수 있습니다. 예금자들은 통상 둘 중 하나의 목적으로 은행에 자금을 예치합니다. 첫째, 예금자들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 심사와 원금, 이자 회수의 전문성을 신뢰하여 자신의 자금을 장기간 맡기고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얻고자 합니다. 둘째, 예금자는 집을 사거나 사고 등으로 인해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계좌에 있는 자금 중 일부 혹은 전부를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예금은 미래의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현금과 매우 흡사한 화폐의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에게 높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예금인출 수요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자들이 맡긴 자금 중 일부를 현금 혹은 현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자산으로 보관합니다. 그리고 예금자금 중 상당 부분은 자금이 필요한 가계, 기업에 장기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추구합니다. 만일 예금자들이 은행에 자금을 맡긴 기간 중 위에서 언급한 사유로 지출이 필요한 경우에만 예금을 인출한다면, 은행은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입니다. 사전에 합리적으로 예측한 예금자의 자금 인출 총수요에 대응하여 충분한 수준의 준비금을 적립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은 예금자 중 일부가 은행의 재무·경영 상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예금자들은 장기간 맡긴 자신들의 자금을, 은행의 대출 사업 실패로 회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게 될 것이고, 꼭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 예금을 인출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이 적립해 둔 준비금이 이러한 예금자들의 추가 인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아, 은행이 파산할 위험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욱이 은행의 경영 상태를 우려하지 않았던 예금자들까지 은행의 예금 지급 능력을 신뢰하지 못해 은행이 파산할 것을 우려해서 예금 인출 행렬에 동참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없더라도 일부 예금자들이 은행의 파산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할 경우 실제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ment) 파산이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의 파산을 이와 같은 뱅크런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SVB 파산 사태(2023) :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실리콘밸리은행(SVB·Silicon Valley Bank)이 2023년 3월 10일 파산한 사태 [이미지출처] shutterstock
Ben Bernanke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은행의 파산이 우리의 실생활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지 밝혀냈습니다. 경제 시스템에서 은행은 시중 유휴자금¹의 바람직한 순환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은 자금을 빌리고자 하는 가계와 기업의 신용 위험을 일반 금융소비자보다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은 자금이 부족한 가계와 기업에 유휴자금을 더 원활히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은행이 뱅크런이나 금융위기로 인해 파산하면 해당 은행이 다년간 영업을 통해 확보한 대출 사업의 전문성이 상실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잠재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게 유후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그 결과 경제의 성장 동력이 침체하여 실물 경제가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American Union Bank, New York City, April 26, 1932
[이미지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nk_run#/media/File:Bank_Run_on_American_Union_Bank.jpeg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금융위기의 대표적인 발생 경로인 뱅크런의 발발 원인을 알 수 있게 되어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금융 위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안정 대책의 설계방향을 합리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업적에 기반하여 도입된 다양한 위기 대응 정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은 지난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 대규모 부실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를 어렵사리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COVID-19 팬데믹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최근 SVB 파산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이기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