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3 179호 / 포커스

2023-08-21 285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9기 류순민 교수님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포커스 9기로 활동하게 된 청주에 위치한 흥덕고등학교 2학년 박지연, 조영은입니다. 저희는 화학과에서 레이저 분광학을 이용한 저차원 물질의 물성 연구를 하고 계신 류순민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요. 교수님의 연구를 접하며 생긴 호기심과 궁금증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기사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럼, 인터뷰 내용을 함께 살펴볼까요?

 

[조영은]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류순민 교수님] 우리 연구실에서는 레이저 분광학을 이용하여 2차원, 다시 말해 저차원 물질의 물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그래핀이 소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2004년 그래핀의 발견 이후로도 이와 비슷한 2차원 물질들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그래핀과 유사한 무기 계열 2차원 물질뿐만 아니라 분자로 이루어진 유기 계열 2차원 결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지연] 교수님께서 2차원 유기 분자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하기 위해서 결정 내 엑시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엑시톤1의 개념과 특성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류순민 교수님] 엑시톤은 상당히 흥미로운 개념인데, 들뜬 분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상태를 알갱이로 표현한 말입니다. 예를 들면 불꽃 실험에서 나트륨 원자가 주황색의 빛을 내는 들뜬 상태를 엑시톤이라고 부르는 거죠. 이런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 이유는 유기 박막이나 고체에서 들뜬 에너지가 옆의 분자로 이동하는 확산현상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에요. 이런 현상을 엑시톤을 이용해 알갱이의 확산으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조영은]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2차원 유기 분자가 추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왜 유기 분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실제 유기 분자가 활용되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류순민 교수님] 박막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유기 소자를 만드는 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기 물질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유기 소자가 무기 계열 반도체에 비해 유연한 특성이 있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기 발광 다이오드인 OLED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화면 소자부터 대형 텔레비전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죠.

특히 저희가 수행하는 연구는 단층 또는 수 층의 분자결정 시스템을 만들어서 저차원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과학 원리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일 중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고효율 태양 전지 개발에 필요한 엑시톤 분열 현상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태양 전지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는 반도체의 띠 에너지가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리콘의 띠 에너지는 빛의 파장으로는 1천 나노미터 정도로 근적외선에 해당하는데, 가시광선이나 자외선 광자가 흡수되면 띠 에너지만큼만 전기로 전환되고 나머지 에너지는 열로 손실됩니다.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유기 분자결정에서 일어나는 엑시톤의 분열 현상을 활용하면 낭비되는 에너지를 많이 줄일 수 있기에 이런 부분에서 저희 연구가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영은] 물리화학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관점에서 나노미터 규모의 신소재 연구 동향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류순민 교수님] 나노과학의 현황과 문제점,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아주 포괄적인 질문인데요. 나노과학은 1980년대 양자점에서 나타나는 퀀텀 효과를 발견한 시점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 후 1990년에 1차원 물질인 나노튜브가 발견되었고, 2004년에 그래핀을 포함한 2차원 물질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나노과학은 수십 년의 역사가 있고, 현재도 다양한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차원의 물질들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2차원 물질에도 그래핀과 같은 금속성 물질, 이황화 몰리브데넘(MoS2)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물질,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N)라고 불리는 절연 물질 등이 존재합니다. 최근 20년간 이 물질들에 대해서 다양한 물성과 응용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발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2차원 물질들이 발견될 것이고, 그러한 물질들을 인공적으로 적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흑연이 그래핀이 겹겹이 쌓여 있는 물질이듯, 앞서 말씀드렸던 2차원 반도체 물질들을 임의로 적층하게 되면 새로운 물성을 갖는 물질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2차원 분자 결정도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박지연] 기술 발전에 힘쓰시는 교수님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류순민 교수님] 제가 확실한 좌우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입니다. 과학은 따지고 보면 새로운 걸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성공적인 연구 결과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연] 이공계의 꿈을 키워 나가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류순민 교수님] 독자 여러분, 다들 뉴턴 방정식을 아실 것 같은데요. 뉴턴 방정식의 핵심은 물체가 움직이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처럼, 여러분들이 과학과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여러분은 무궁무진한 힘의 원천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 힘으로 즐겁게 공부하셔서 우리나라 과학과 기술 발전에 이바지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또 인연이 닿는다면 포스텍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화학과 류순민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모든 내용을 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번 경험은 저희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포커스 9기에 선정되어 얻을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들은 바쁜 고등학교 생활에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포커스 활동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을 주신 포스텍 알리미 분들과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도와주신 류순민 교수님, 기사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나노물질 분광학 연구실에서 직접 친절히 설명해 주시며 사소한 호기심까지도 모두 해결해 주신 대학원 조교님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셨던 촬영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흥덕고등학교 2학년 박지연 조영은

[각주]
1. 절연체나 반도체 소재 안에 생기는 입자로, 전자와 양공이 합쳐진 형태라 전기적으로 중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