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 선배님과의 이야기
꿈을 동사로, 누리호 발사를 이끌다
글. IT융합공학과 24학번 30기 알리미 김채윤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세계적으로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우주 발사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최근 누리호 4차 발사의 주역이자 포스텍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신 박종찬 선배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선배님께서 들려주시는 생생한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그림 1. 2018년 11월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18.11.28) 하루 전날
#1. 전국에 있는 포스테키안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스텍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발사체를 연구하고 있는 박종찬입니다. 현재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단장을 맡고 있고 누리호 4차 발사의 책임자로서 실무를 총괄했습니다.

그림 2. 함께한 IT융합공학과 24학번 30기 알리미 김채윤
#2. 선배님께서 포스텍 기계공학과에 진학하신 이후, 항공우주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신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학부 과정 중에는 로켓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피로파괴 역학을 공부하던 중, 인공위성이 온도 차이에 의해 피로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문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공부하던 분야가 위성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련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이 이어져 현대우주항공에 입사했고, 처음에는 KSR-Ⅲ 프로젝트의 엔진 시험 설비를 설계하는 업무를 받았습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발사체 업무를 해왔습니다.
#3. 누리호 4차 발사를 총괄하시면서 직면하셨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업무는 기술적인 업무보다 기술 이전에 대한 협상이었습니다. 기술적 어려움은 아주 많이 발생하지만, 항우연과 민간 기업 모두 ‘성공적인 발사’라는 공동 목표가 있기 때문에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제공하는 항우연과 기술료를 내고 기술을 전달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이에서 이루어진 기술 이전은 양측의 입장이 너무 다르고, 항우연 내부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했습니다. 기술 이전 계약을 맺기까지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러한 생각과 입장을 모아 2주에 한 번 정도 미팅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네요.
#4 항우연에서 20년 동안 근무하시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나로호는 페어링이 분리되어야 다음 위성 분리 등의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지만, 1차 발사 과정에서 나로호의 페어링 중 한쪽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정부에서 실패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위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요청하는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힘들기도 했지만, 내부자로서 당연시하여 넘어간 것들 중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아주 좋은 교훈도 얻었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그림 3. 2013년 1월 나로호 3차 발사 전 모습 / 그림 4. 2013년 2월 나로호 발사 성공 포상으로 청와대 행사 참석
#5. 최근 뉴스페이스(New Space) 흐름 속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한국 우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합니다.
세계의 우주발사체 산업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올드스페이스는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이 효율적으로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엔진 개발처럼 많은 인프라와 비용을 들여 수행해야 할 업무는 항우연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하여 민간기업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술을 받은 민간기업은 빠르고 경제성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저렴하고 가벼운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 민간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고효율화와 저비용화에 집중하며 산업생태계가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국내에서 개발된 위성은 국내 발사체로 발사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 발사 횟수를 보장한다면 우주발사체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우리 기업들이 계속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 우주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외와의 협력을 늘려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리호 및 다누리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아르테미스-2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사례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그림 5. 2025년 11월 누리호 4차 발사 관련 국내외 언론 브리핑 / 그림 6. 2025년 11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직후 MDC에서 찍은 사진
#6. 선배님께서 앞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에서 누리호는 세 차례의 발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그 발사가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 명예롭게 단장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해 독자 개발한 로켓으로 우리 위성을, 우리 땅에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발사체에 한국인 우주인을 태운 뒤 발사하는 것을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 일조하고, 그 광경을 제가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열, 특히 항공우주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등학생은 연구자들이 혼자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혼자 연구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공학 연구는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역지사지를 잘할 수 있는 것이 되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꿈을 명사로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변호사, 포스텍 등 직업이나 학교, 회사로 꿈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꿈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지 어느 직업을 갖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이를 통해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등의 비전과 가치관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꿈을 보다 길고 넓게 바라보길 바랍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졸업 후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누리호 발사에 공헌하신 박종찬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말씀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큰 조언이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소중한 말씀을 해주신 박종찬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