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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질문에 따라 성장한 이야기

  • 등록일2026.08.31
  • 조회수189

질문에 따라 성장한 이야기


글. 컴퓨터공학과 23학번 하승재


안녕하세요, 컴퓨터공학과 23학번 하승재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스텍의 SES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회사 시프트업에서 PM(Project Manager)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저에게 왜 게임 개발을 하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감사하게도 포스테키안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어, 지금까지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의 시작

사실 지금의 저는 제가 원래 상상했던 모습과는 꽤 다릅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꿈은 의사였습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고,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만드는 일은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 호기심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면서 프로그램이 왜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캐릭터의 움직임은 어떻게 구현되는지, 물리 엔진은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러한 의문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학과 물리학, 프로그래밍을 더 깊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공부가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궁금해서 스스로 찾아 나서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게임 개발을 배우며 제가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왜?”였습니다. 왜 어떤 게임은 재미있고, 어떤 게임은 그렇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특정 경험에 웃고 몰입할까? 처음에는 기술이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재미는 결국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고, 게임은 사람을 위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1. 게임 아이디어 짜는 과정


그 과정에서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역시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돕는 길이 꼭 의학에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도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힘든 하루를 버틸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바라던 것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던 겁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법

포스텍에 입학한 뒤에는 게임 개발 동아리 G-POS에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어떤 경험에 몰입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정점을 찍은 프로젝트가 3D 중력조작 플랫포머 게임 ‘Flavity’를 개발할 때였습니다. ‘Flavity’는 전국 게임 개발 동아리 연합회 UNIDEV가 개최한 UNICON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이후 NDM과 PlayX4 행사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림 2. UNICON 장려상 수상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상보다 전시 현장에서 플레이어들을 직접 마주한 것입니다. 개발할 때 당연하다고 생각한 조작이 누군가에게는 낯설었고,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공들인 시스템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지나쳐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장면들을 보며 좋은 게임은 개발자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후 저는 게임을 만들 때 먼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실패한 뒤에도 다시 도전하고 싶을지, 짧은 플레이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끊임없이 예측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은 단순한 코드와 시스템의 집합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정과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임을 실감했습니다.

 

사람과 함께 만드는 법

이 생각은 G-POS 회장을 맡으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복학생이었던 저는 아는 후배가 거의 없었고, 선배들 역시 대부분 학교를 떠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회장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회장이 되고 나서는 좋은 팀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팀 구성과 일정 관리,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체화했습니다.

 

그림 3. 밤늦게 진행된 동아리 세미나


그 과정에서 KRAFTON이 후원하는 BetterGround 동아리 지원 사업에도 도전했습니다. 이 도전은 단순히 지원금을 받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G-POS가 어떤 동아리이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정리해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선정된 이후에는 신입 부원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만큼 사람들을 설득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돌아보면 동아리 운영과 게임 개발은 비슷했습니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파악해 역할을 나누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돕는다는 점이 본질적으로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대학의 개발자, 프리랜서 아티스트, 현업 개발자들과도 교류했고, 같은 목표를 향하더라도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질문은 계속된다

지난 3년 동안 12개의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에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게임 회사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현재 시프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에서는 몇 명의 팀원과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면, 회사에서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업합니다. 개발자뿐 아니라 기획자, 아티스트, QA(Quality Assurance)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나의 경험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 저는 PM 인턴으로서 그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림 4. 시프트업 인턴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선택들은 모두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학자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 하고, 과학자가 자연 현상의 원리를 탐구하듯, 저는 사람들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고 어떤 경험에서 위로를 얻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답보다 질문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었고, 그 길 위에서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예비 포스테키안 여러분도 자신만의 질문을 오래 붙잡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답을 늦게 찾더라도, 답을 찾는 과정이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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