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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키안 인터뷰] 바닷속 작은 생물에서 미래 화학공학의 해답을 찾다

  • 등록일2026.08.31
  • 조회수265

[고등학생 기자단 포커스 18]

POSTECH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님과의 인터뷰

바닷속 작은 생물에서 미래 화학공학의 해답을 찾다


글. 경기북과학고등학교 심재인, 사우고등학교 이건우


반갑습니다! 포커스 기자단 18기로 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북과학고등학교 심재인 기자와 사우고등학교 이건우 기자입니다. 어느새 다가온 인터뷰 날, 포항 날씨는 밝은 햇살과 뭉게구름이 이루어져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도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만개했던 것 같은데요, 이번에 포커스가 소개해 드릴 차형준 교수님을 만나러 가봅시다!


Q.  교수님께서는 학부생 때부터 화학공학을 공부하시고, 대학원 진학 이후부터는 생명공학 연구를 병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많은 분야 중에서도 이 분야에 걸음을 딛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제가 처음부터 생명공학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학부 시절, 화학공학을 선택한 것은 거의 우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화학공학이 다양한 세부 전공을 가진다는 점은 저와 잘 맞았습니다. 이후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며 ‘바이오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학문이었습니다. 많은 학자가 기초적인 생물학 연구에 머물러 있던 시절이었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생명체에 공학적 기술을 접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생명공학에 강렬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었음에도, 화학공학과 생물학의 융합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하며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Q.  수많은 생물 중에서도 유독 ‘홍합’에 주목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A. 교수가 되기 전, 기본적으로 제가 이전부터 해왔던 연구가 효소와 같은 단백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포스텍 교수로 부임할 당시에  접한 생체 모방 기술 특집 기사가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연잎의 표면 구조 같은 것들에 대해 다뤘는데, 그중에서도 홍합 접착 단백질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포스텍은 바다를 끼고 있는 유일한 연구 중심 대학입니다. 이곳에서 해양생물, 특히 상용화되지 못했던 홍합 접착 기술을 파고든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과거의 아교나 밥풀, 일반 접착제는 물속에서 접착력을 잃습니다. 그런데 홍합은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닷속 바위에도 단단히 붙어 있습니다. 홍합은 어떻게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유지할 수 있나요?

A. 홍합의 접착 단백질은 아주 독특한 아미노산 구성을 가집니다. 그중 핵심은 ‘도파(DOPA)’라는 변형된 아미노산입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타이로신의 벤젠 고리에 수산화기(-OH)가 하나 더 붙는 Hydroxylation(수산화)이 일어나면서, 두 개의 수산화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두 개의 수산화기 그룹은 반응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덕분에 바위와 같은 표면과 즉각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켜 단단히 결합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분자 간의 가교 반응을 유도해 접착제 자체를 견고하게 뭉치게 만듭니다. 물이라는 방해 요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접착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 정교한 분자 단위의 화학적 설계에 있습니다.



Q.  홍합 접착 단백질의 가장 큰 한계로 대량생산이 꼽히는데요. 교수님의 연구팀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네, 많은 양의 단백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g의 접착 단백질을 얻기 위해 무려 1만 마리의 홍합이 필요했던 것이죠. 현실적으로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수치였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생명공학적인 접근법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바로 유전자 재설계와 미생물 배양 기술입니다. 단백질은 결국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자연의 유전자를 이해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재설계하여 미생물에 주입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배양액 1리터에서 키워내는 것만으로도, 홍합 1만 마리 분량의 접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Q.  성공적인 대량생산 이후, 이 특별한 접착제는 기존의 풀이나 본드와는 어떻게 다른 쓰임새를 갖게 되었나요?

A. 처음에는 가구용 접착제 등도 고려해 보았으나 경제성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소재만이 가진 ‘생분해성’과 ‘인체 무해성’이라는 화학적 장점을 극대화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용 소재로 눈을 돌렸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술용 봉합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기존처럼 실로 꿰매면 조직 관통으로 인해 영구적인 흉터가 남지만, 이 접착제를 바르면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며 흉터 없는 재생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국소적 약물 전달’ 시스템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신을 순환하며 부작용을 낳는 기존 약물과 달리, 접착성을 부여한 약물을 질환 부위에만 머물게 하여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내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기존 석유화학 기반 접착제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바이오 소재 연구의 선구자로서, 미래 화학 산업의 발전을 위해 화학공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화학공학은 본질적으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과거 석유화학 산업이 거대한 반응 시스템이었다면, 생명체는 아주 작은 세포 안에서 무수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이죠. 석유가 고갈된다고 해서 화학공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화학 반응 시스템을 끊임없이 찾아내면 되니까요. 반도체 산업처럼, 배터리, 환경, 전자 소자 등 화학 반응이 존재하는 한 화학공학은 무한히 변신하며 모든 첨단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정말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미래의 화학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화학, 특히 분자 수준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주저하지 말고, 화학공학의 길로 오십시오. 분자들의 원리를 단순한 이론에서 끝내지 않고, 이를 응용하여 사람들의 생활을 이롭게 만드는 기술과 제품을 직접 구현해 보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화학공학과 완벽하게 맞을 것입니다.



이렇게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차형준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작은 해양생물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화학공학과 만나 일상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바이오 소재로 피어나기까지. 이번 인터뷰는 화학공학이 학문을 넘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깊이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중한 지혜를 나누어 주신 차형준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매끄러운 인터뷰 진행과 섭외를 도와주신 강동희, 이동희 알리미님과 오민진, 신기근 입학사정관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영상을 남겨주신 김승의, 윤은지, 노효찬 감독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포커스 18기 이건우 & 심재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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