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자기장 없이 스스로 방향 기억하는 초전도 다이오드 개발]
국내 연구팀이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스스로 ‘기억’하고 제어하는 초전도 소자를 개발했다. 한 번 방향을 설정하면 전원을 꺼도 유지되고, 외부 자기장 없이도 작동해 양자컴퓨터 회로를 더 작고 단순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POSTECH 친환경소재대학원·물리학과·첨단재료과학부 김지훈 교수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Instituto Balseiro, CNEA-CONICET 소속 네스토르 하베르코른(Nestor Haberkorn) 교수 연구팀과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초전도 다이오드’는 전류가 한쪽으로는 잘 흐르고, 반대 방향으로는 잘 흐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일방통행 장치다.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초전도 환경에서 매우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나 초고속 초전도 회로에서는 전류 방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전체 동작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초전도 소자는 대부분 외부 자기장이 필요해 회로가 복잡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자석의 기억 성질’로 해결했다. 연구팀이 만든 소자는 ‘초전도층(NbN1))’, ‘절연층(AlN2))’, ‘자성 금속층(퍼멀로이, Permalloy3))’ 세 겹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자성 금속층으로 이 층은 한 번 자성 방향이 정해지면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성질 때문에 소자 안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환경이 양쪽에서 다르게 만들어진다. 쉽게 말하면 한쪽은 전류가 잘 지나가는 길이고,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흐름이 방해받는 구조가 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보텍스(vortex)4)’라는 아주 작은 자기 소용돌이다. 보텍스는 초전도체 상태에서 생기는 미세한 자기 흐름이다. 평소에는 초전도 상태 안에 존재하지만 전류가 흐를 때 함께 움직이는데, 보텍스가 움직이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서 전기 저항이 생긴다.
연구팀의 소자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보텍스 움직임이 달라졌다. 한쪽에서는 보텍스가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초전도 상태가 유지됐으며, 반대 방향에서는 보텍스가 서 쉽게 끌려 들어와 초전도 상태가 쉽게 깨졌다. 그 결과 한쪽은 강한 전류에서도 저항 없이 흐름이 유지됐고, 반대쪽은 비교적 약한 전류에서도 저항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외부 자기장 없이도 전류가 한쪽으로 더 잘 흐르는 ‘초전도 다이오드’ 구조가 구현된 것이다.
이 소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 기능’이다. 자성층 방향을 한 번 설정하면 전류가 잘 흐르는 방향이 고정되며, 전원을 꺼도 상태가 유지된다. 반대로 자화 방향을 바꾸면 전류 방향도 함께 뒤집힌다. 실험 결과, 자성층 두께 89nm(나노미터) 소자에서 최대 40% 수준의 높은 정류 효율(한쪽으로 얼마나 더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확인됐다.
이번 성과는 외부 자기장 장치 없이도 전류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OSTECH 김지훈 교수는 "비교적 단순한 재료 조합만으로 고효율 초전도 다이오드를 구현했다"라며 "양자컴퓨팅 회로와 극저온 초전도 전자소자에서 전류 방향성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CONICE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SRC 사업 및 핵심연구, Brain Pool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DOI: https://doi.org/10.1002/adfm.75836
1. NbN: 니오븀 나이트라이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 재료다.
2. AlN: 알루미늄 나이트라이드, 위아래 층을 분리해주는 얇은 절연막이다.
3. Permalloy(퍼멀로이): 자석처럼 방향을 기억하는 자성 금속이다.
4. 보텍스(vortex): 초전도체 내부에 자기선속이 양자화되어 침투한 구조. 보텍스가 움직이면 전기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김지훈 부교수
친환경소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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